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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에 대한 상식

by 보명거사 2010. 12. 15.
은 화학공학과 공예품의 결정판 입니다.
은 그을음 아교 향료가 주 원료이고 약간의 화공약품이 들어 갑니다.
아교로 굳혀서 건조시 온도 습도가 맞지 안으면 썩은냄새가 나고 향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아교 자체의 꿉꿉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또한 동물성 단백질인 아교가 수분이 많은 날에는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한 날에는 수분을 뱉으면서 숙성을 합니다.

 

즉, 먹은 포도주 같이 숙성을 하기때문에 오래 될수록 좋습니다.


에서는 (-)음이온이 나옵니다.
특히, 먹을 갈때 음이온이 많이 나옵니다.
먹의 주 원료인 그을음 (카본) 의 독특한 성질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옵니다.

 

을 소동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인마묵 묵마인 (非人磨墨 墨磨人)

사람이 먹을 갈지 않고, 먹이 사람을 갈았다.

먹을 가는 느낌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런 표현을 했을까요?

먹제조는 철저한 비밀입니다.

예전에는 먹은 천민들이 제조를 하였고 천민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제조 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집안의 비밀로 내려 왔습니다.
농사를 짓는것 보다 몇십배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 입니다.

고려시대 먹은 중국에 조공품으로 받쳤고

조선시대도 먹이 좋아서 임진왜란 당시 먹장들이 잡혀 가기도 했습니다.
일본먹은 이때부터 좋아지기 시작 하였고 고매원은 역사가 400년 되었습니다.
최고의 기술이고 하나에 한국 돈으로 2000만원 넘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 먹을 비누 찍듯이 찍는줄 아는데  먹은 떡에 비유 됩니다.
쌀가루를 버무려 찌면 시루떡이고 쳐서 만들면 찰떡이 되듯이

먹도 재료를 버무려 굳히면 싼 먹이고 사람이 쳐대면 고급먹이 됩니다.
쳐대면 쳐댈수록 입자가 고와져서, 유리에도 갈릴 정도입니다.

색은 단순 검정을 기준으로 해서 크게 청색계열과 적색계열로 나누어지고

그 사이에 다색과 밤색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색과 청먹이 있습니다.
색이 검되 이렇게 다양한 색을 띄우는 것은

재료의 차이가 크고 건조시 온습도의 영향도 크기 때문입니다.

 

의 주원료 카본은

1) 송연먹 2) 유연먹 3) 공업용먹 으로 나누어 지는데

 

1)송연먹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이고
2)유연먹은 식물성 기름 (채종유, 들기름, 콩기름)을태운 그을음이고

3)공업용은 경유 중유를 태운 그을음 입니다.

 

이 재료의 차이가 청색을 띄는 먹이 되고 적색을 띄는 먹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조의 조건에 따라 반대되는 먹색을 띄기도 하기 때문에

일정한 량을 생산하기 힘들었습니다.

 

요즘은 정확한 생산량을 잡기 위해서 인공색소를 첨가해서 만들지만

이는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적색먹을 만들려고 카본에 적색안료를 첨가해 만들지만

카본분자2에 적색안료1의 비율이 정확해야 일정한 먹색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기계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기술자의 육안으로 분별할 수 있습나다.
그만큼 반복적 훈련으로 반죽시 그 빛깔이 눈에 익어야 합니다.

 

먹을 말하는 또 다른 용어가 현 (玄) 입니다.
그런데 현은 먹하고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먹이라 함은 단순 검정을 얘기 하지만 현이라 함은 검되 슬픈 청색을 띄지요
자연에 존재하는 현색은 호숫가의 밤하늘, 그것도 해뜨기 전의 밤하늘 색이지요
지난밤의 어둡고 힘든 외로움이 호수위에 뚝 뚝 떨어질것 같은 슬픈 청빛이지만

찬란한 태양을 맞는 희망의 색 이기도 합니다.

먹빛은 다양 합니다
그러서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그 빛을 더욱 더 발합니다.
현판같이 힘있고 큰 글씨는 적색먹이 좋고 수묵화 쪽은 청색먹이 좋은것 같습니다.


먹과 먹물은 재료에서 차이가 많습니다.

먹은 카본과 아교가 주 원료이지만

먹물은 카본과 PVA라는 합성수지가 주원료 입니다.

합성수지는 비닐계 접착제로 굳으면 비닐제품 같이 되지요.


먹물을 사용하고 붓을 빨지 않으면 붓이 딱딱하게 굳는 것은 이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먹은 동물성 단백질인 아교로 만들어져서 붓이 굳지 않고 뭉쳐 있는 붓도

갈은 먹물에 담궈두면 쉽게 풀립니다.


먹물을 처음 개발할때 먹물이 썩는 문제로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해서 썩지않는

고착제로 합성수지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물과 고분자인 합성수지와의 친수성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화공약품이 들어 갑니다.
즉 먹만큼 물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번짐에 차이가 많습니다.


(발묵은 번짐의 표현효과중 하나 입니다)
일본말로 니지미 라고 하는데 한글로는 번짐이라고 하지만

두가지 언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니지미 라면 붓이 지나간 자리에서 끝까지 단계적으로 먹색이 엷어져서 번지는 것이고
우리말의 번짐이라면 붓간 자리에서 끝까지 두리 뭉실하게 같은 색으로 번진 것을 말합니다.

 

먹은 니지미를 표현할 수 있지만 먹물은 표현할 수 없습니다.


먹이나 먹물이 썩으면 구린내가 나지만 구린내가 나지 않아도 붓으로 썼을때

붓간 자리에서 물만 번져 나가는 것은 이미 썩고있는 것입니다.
썩었기 때문에 접착력이 떨어져 카본분자를 달고 나가지 못하고 물만 빠져 나가는 것입니다.
좋은 먹을 곱게 갈면 먹분자가 곱게 나와서 번짐 또한 곱고 끝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먹과 먹물은 수축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먹보다 먹물이 점도가 강해서 마르면 종이가 더 많이 쪼그라 듭니다.
비단이나 천에 작업을 할때는 먹물로 하면 고정시킨 부분이 찢어질 정도로 수축됩니다.
염색을 할때도 먹물로 하면 천이 뻣뻣해 져서 곤란 합니다.

유연먹은 강해서 강한 돌로 만든 벼루와 약간 거친 벼루가 좋고

송연먹은 부드러워서 봉망이 치밀하고 부드러운 벼루가 좋다고 하는데

지금은 유연먹도 얼마든지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먹과 벼루는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고급먹은 그을음의 입자가 고운데 입자가 고와도 벼루가 거칠면 먹이 거칠게

깍여서 고운 입자의 특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또 먹 입자가 거칠은데 벼루의 봉망이 고우면 먹이 갈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먹과 벼루의 궁합은 중요 합니다.
작품먹용 고급벼루와 연습먹용 일반벼루가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고급먹을 벼루에 갈때는 힘을 빼고 갈아야 좋습니다.
옛 문헌에도 먹을 갈때는 병자와 같은 힘으로 붓을 쥘때는 장수의 힘으로 하라고 했습니다.
힘을 빼고 미끄러지듯 먹을 갈면 먹입자가 곱게 깍여서 먹색도 다르게 나오고

발묵이 다릅니다.
입자가 고와 은은하고 부드럽게 먹이 번집니다.

벼루는 돌, 도자기, 목재, 옥, 철재, 진니(뻘흙), 등등 여러가지 재료로 만들지만

석재가 주류를 이룹니다.
석재도 대리석 석회암 화강암 퇴적암 변성암 현무암 기타 등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퇴적암이 땅속에서 지압을 받아 변한 변성암이 주종을 이룹니다.

 

변성암은 봉망이 치밀하고 강해서 벼루에 적합하고 가공이 용이 합니다.
석재가 아무리 좋아도 가공이 힘들면 벼루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벼루돌은 또한 차가워야 물이 마르지않아 좋습니다.


상질의 벼루는 벼루에 입김을 불어 그 입김으로 먹을 갈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고급먹은 강도가 약해서 부드럽게 갈리기 때문에 아기의 힘으로도 갈 수 있지만

힘을 가해서 벼루에 갈면 마찰열에 의해서 먹이 쉽게 상할 수 있고 먹색도 변합니다.

 

먹은 부드럽게 갈아 주세요

 

 

먹 과 물
물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화학기호로는 H2O이지만 약수, 지하수, 심층수, 심해수, 건수, 등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물은 크게 단물과 센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물과 센물의 차이는 화학적으로 Ca, Mg 등 금속성분이 있으면

센물이고 없으면 단물 입니다.
물분자는 균등하게 있지만 불순물과 다른 성분에 의해서 클러스터라는

큰 분자 덩어리로 변하는데 이것을 센물 또는 경수라 부르고

물분자가 적은 덩어리면 단물 연수라고 합니다.

 

먹을 가는 물도 단물과 센물의 차이가 있습니다.

옛 문헌에 보면 아침이슬로 가는 먹물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이슬은 지면의 물이 밤새 수증기로
변해서 풀잎에 맺힌 물로 최고의 연수 입니다.
한약을 다릴때도 어떤 물로 하느냐를 중요시 여기는 것도 이같은 이유 입니다.
수돗물은 단물과 센물의 중간정도 입니다.

 

숙먹 (먹을 갈아 재워서 쓰는것) 이 안좋은 것은

먹물의 물분자가 커져서 번짐이 좋지않고 아교가 상하기 쉽기 때문 입니다.

단지 수분이 증발해서 진해지는 효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좋게 보이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