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향기

[스크랩] 붓다의 자자

보명거사 2015. 12. 18. 17:45


이것은 붓다가 사바티의 동쪽 교외인 미가라미타(鹿子母)의 정사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그 해의 7월 15일, 안거가 끝나는 날 행해진 자자는 참으로 성대하고도 감동에 넘치는 것이었다.

해가 지고 달이 뜨자,마당에 둘러 앉은 비구의 수효는 대략 오백 명은 되어 보였다.
그 중에는 붓다도 끼어 있었고, 또 수제자인 사리푸타의 모습도 보였다.

붓다도 교단의 일원이므로 자진해서 자자를 행하여야 했다.
아니 자자의 규칙에 의하면 윗사람부터 하게 되어 있으니까.
제일 먼저 자자를 해야 되는 이가 붓다 자신이었다.

"대덕들이여, 나는 이제 자자를 행하노니,
대덕들은 내 행위와 내 언어에서 무엇인가 비난할 만한 것을
보고 듣고 또는 미심쩍은 생각을 지니지 않았던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를 가엾이 여겨 부디 지적해 주오."

붓다가 합장한 손을 높이 쳐들고 비구들 앞에서 자자의 말씀을 외자,
엄숙한 침묵이 장내를 뒤덮었다.
침묵은 그 청정을 긍정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침묵만으로 대하기에는 너무나 감격이 벅찼던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오른 어깨에 걸치고 붓다 앞에 고개 숙여 엎드린 비구가 있었다.
그는 사리푸타였다.

"아니오니다, 세존이시여.
누구도 세존의 행위와 언어에서 비난할 점을 발견한 이는 없나이다."

다음은 사리푸타의 차례였다.
그도 또한 합장한 손을 높이 쳐들면서감동에 떨리는 목소리로 자자의 발언을 했다.
다시 한 번 엄숙한 침묵이 그의 청정을 증명해 주었다.

그때 이번에는 붓다가 일어나서 그의언행에 찬사를 보냈다.
이렇게 하여 오백 명이나 되는 비구들이 차례차례 자자를 행했으나,
그 날 밤 누구 한 사람 비난의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때 반기사(婆耆沙)라는 비구가 감동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재가 시절 시 짓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였던 사람이거니와,
오늘 저녁도 자자의 정경을 목격하고
갑자기 시상이 가슴속에 떠오름을 억제하기 어려웠던 것이리라.
붓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반기사여, 그것을 여기에서 발표하려무나."

반기사가 그 날 밤 감동에 겨워 노래했던 8구의 게는 이렇게 기록되어서 지금까지 전해온다.

보름이라 달밝은데 신(身),구(口),의(意) 맑히려고
오백 넘는 비구들은 여기에 모였으니

번뇌의 올가미를 모두 다 벗어 던져
윤회를 반복 않는 성자들뿐이로다.

세존의 아들이요, 법의 씨 그들이매
당찮은 말 늘어놓는 사람이란 없어라.

갈애의 그 화살을 빼어 버린 우리가
아, 세존 우러러서 예하여 뵈옵노라.


출처 :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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