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향기

번뇌(煩惱)

보명거사 2010. 5. 12. 11:09

 

 

여기에서 말하는 번뇌(煩惱)란 넓은 의미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일으키는 생각이라고 알면 됩니다.

생멸하기 때문에 오고가는 나그네와 같다하여 객진번뇌(客塵燔惱)라합니다.

무기(無記)에 여러가지 형태가 있듯이 번뇌(煩惱)에도 감지하기도 힘든 미세번뇌(微細煩惱)부터 시작하여

실연을 당했다거나 배신을 당했을 때와 같이 참기 힘든 큰 번뇌(煩惱)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무기는 중생들에게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무기는 아예 없애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번뇌는 현실적으로 없앨 수도 없지만 없애서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번뇌가 없는 중생이란 기왓장이나 돌덩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기가 됩니다.밥먹는 것, 움직이는 것, 말하는 것 모두 번뇌를 일으켜야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기(無記)는 제거해야할 대상이지만 번뇌(煩惱)는 잘 써야할(用) 물건입니다.

번뇌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번뇌를 선(善)한 쪽으로 일으키면 선한 사람이 되고

악(惡)한 쪽으로 일으키면 악한 사람이 됩니다. 이처럼 번뇌는 어떻게 쓰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번뇌를 잘 쓸 수 있을까요? 수행을 통해 번뇌를 통제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1 번뇌(煩惱)의 속성(屬性)
그러면 개략적인 번뇌의 속성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번뇌(煩惱)는 누수성(漏水性)이 있습니다. 
중생의 번뇌는 가만히 있어도 끝없이 흘러나옵니다.

이는 마치 송곳을 주머니에 아무리 감추려 해도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번뇌(煩惱)의 세계는 독점(獨占)의 세계입니다. 
A라는 번뇌가 일어났다면 동시에 B라는 번뇌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반드시 A라는 번뇌가 없어진 후에야 무기를 한번 거쳐서 B라는 번뇌가 일어나게 됩니다.

즉 번뇌는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속성은 다르게 말하면 하나의 번뇌를 계속 일으킨다면 다른 번뇌가 일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번뇌(煩惱)는 오염성(汚染性)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번 일으킨 번뇌는 찌꺼기를 남기게 되어 마음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선한 번뇌를 일으키면 선에 오염되고 악한 번뇌를 일으키면 악에 오염됩니다.

예를 들면 어리석은 자들과 가까이 하다보면 그들의 어리석은 번뇌를 함께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쓰는 번뇌도 어리석음에 오염되어 버리게됩니다. 

  넷째 번뇌(煩惱)는 관성(慣性)을 유도합니다.
우리가 같은 번뇌를 계속하여 일으키다 보면 그 번뇌에 대한 오염도가 증대되어

나중에는 그 번뇌를 유지하려고 하는 힘이 마음에 생기게 됩니다. 이 힘을 '정신적 관성'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관성의 힘은 유지하려고 하는 번뇌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쾌락을 추구하는 번뇌를 계속 일으키다 보면 그 생각에 관성이 붙어버려

나중에는 벗어나고 싶어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진리를 추구하는 번뇌를 계속 일으키면 그 생각에 붙은 관성이

자연스럽게 구도자의 삶으로 이끌어 주게 됩니다.

  다섯째 번뇌(煩惱)는 변덕성(變德性)이 있습니다.
중생들의 번뇌는 한곳에 머물려 하지 않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옮겨다닙니다.

이 속성을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번뇌는 개구쟁이 원숭이가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다니듯이 움직인다'

라는 비유로써 말씀하셨습니다.

  끝으로 번뇌(煩惱)는 분화(分化)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어떤 한 번뇌가 일어나게 되면 그 번뇌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번뇌가 생기게 되고

또 그 번뇌들로부터 파생된 번뇌들 ... 이렇게 계속 분화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진행이 될 때는

수많은 고통이 유발됩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번뇌의 분화는 경계해야 합니다. 

 

2 번뇌(煩惱)의 양상(樣相)

 
① 탐(貪),진(嗔),치(癡)
이것은 번뇌의 성질에 따라 욕심,성내는 마음,어리석은 마음 이 세가지로 구분한 것입니다.

이 세가지를 '3독심(毒心)' 이라고 합니다.

 ② 양변(兩邊)
중생들의 번뇌는 항상 양변(兩邊)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즉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 기쁨 아니면 슬픔, 유(有)아니면 무(無), 어리석음

아니면 지혜로움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양변중 한쪽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우리의 번뇌를 서로 의지하여 건립된 상대적인 견해

즉,변견(邊見)이라고 합니다. 

 ③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 
중생의 추번뇌가 일어나는 과정을 분석해 보면 6근(根)이 6경(境)에 접할때[촉(觸)]

식(識)이 작용하는데, 6개의 식에서 일어난 것이 제6식 즉 의식으로 종합되어 추번뇌가 일어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6근과 6경을 합쳐 십이처라 하고 여기에 6근이 6경에 접할때 작용하는 6식을 더하여

십팔계라고 합니다. 이상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표 1]
                                    +--식(識)이 작용-- + 
                                    |          18 계          | 
                          +--- 촉(觸) ----+             |
                          |       12처          |             | 

육근(六根)
인 식 기 관

육경(六境)
인 식 대 상

육 식(六識)

  

안(眼)

색(色)

안 식(眼識)

전오식(前五識)

이(耳)

성(聲)

이 식(耳識)

비(鼻)

향(香)

비 식(鼻識)

설(舌)

미(味)

설 식(舌識)

신(身)

촉(觸)

신 식(身識)

의(意)

법(法)

의 식(意識)

육 식(六識)

 ④사상(四相)[=생(生),주(住),이(異),멸(滅)] - 3세(細) 6추
대승기신론에서는 중생의 번뇌를 3가지의 세번뇌와 6가지의 추번뇌로 자세히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의 9가지 번뇌를 다른 관점에서 분류하면 생(生),주(住),이(異),멸(滅)의 4가지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도표로써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도표 2]

업상(業相)

-생
  상

 

 

 +
 |
 |팔
 |
 |
 |
 |
 |
 |식
 |
 +


 

 +
 |
 |
 |
 |
 |
 |
 |육
 |식
 |
 |칠
 |식
 |
 |
 |
 |
 |
 |
 |
 |
 |
 |
 |
 |
 |
 |
 |
 |
 +

최초의 무명(無明)으로 인해 불성(佛性)이 미혹(迷惑)하여 생긴 망념을 말함.

전상(轉相)

+
 |
 |
 |
 |
 |
 |
 |
 |
 | 
 |
 | 주
 |
 | 상
 |
 | 
 |
 | 
 |
 | 
 |
 | 
 |
 | 
 +

위에서 생긴 망념때문에 나 라는 견해가 일어남 [주관이 나타남].

현상(現相)

전상에서 주관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 대상인 경계가 나타남 [객관세계가 나타남].

 

 


분별지상(分別智相)

주관이 객관에 대한 분별을 일으켜 순경(順境)즉 좋게 인식된 경계는 애착하고, 역경(逆境)즉 나쁘게 인식된 경계는 멀리하는 모습.
최초로 객관세계를 분별하고 인식하는 마음의 작용이 일어난다. 

상속상(相續相)

분별지상에서는 역경(逆境)에는 괴로운 느낌, 순경(順境)에는 즐거운 느낌의 분별이 일어났는데 그것들이 서로 호응하면서 단절하지 않음

집취상(執取相)

 +
 |이
 |
 |상
 +

상속상에서 계속되었던 괴로움과 즐거움의 느낌에 얽매여 그것에 대한 집착을 일으킨다.

계명자상(計名字相)

집취상에서 집착한 느낌을 실제인 양 임시적이고 가상적인 말로 이름을 붙여 분별한다.

기업상(起業相)

 +
 |멸
 |
 |상
 +

계명자식에서 분별한 그 이름을 연구하고 집착하여 갖가지 신(身),구(口),의(意)업을 짓는 것

업계고상(業繫苦相)

기업상에서 지었던 업때문에 그 결과로서 선업과 악업의 과보를 받고 자유자재하지 못한다.